평산의 釣行隨想(22) 나는 이 自然舞臺의 主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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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귀섭 작성일17-12-20 20:02 조회2,200회 댓글0건본문
나는 이 自然舞臺의 主演이다
송귀섭
FTV 제작위원, 釣樂無極 프로그램 진행
(주)아피스 사외이사, 체리피시 자문위원
<붕어낚시 첫걸음> <붕어 대물낚시> <붕어학개론> 저자
어슴푸레 동이 트는 이른 시각.
올해의 마지막 날을 낚시터에서 보낼 생각으로 자주 다니던 낚시터를 찾았다.
오늘은 낮 낚시만 하고 해가 지기 전에 작은 케이크 하나 사들고 가서 아내와 샴페인을 마시면서 재야의 종을 기다릴 예정.
그러면서도 마치 밤낚시까지 할 것처럼 새벽에 도착해서 해가 떠오르는 시간까지 넓은 좌대랑 받침틀
그리고 8대의 길고 짧은 낚싯대까지 정식으로 차렸다.
나의 놀이터에 올해 마지막 출조를 기념하는 완전하고도 거창한 무대(舞臺)를 차린 것이다.
이렇게 모든 준비를 마치고나니 섣달 그믐날인데도 이마에 땀이 솟는데,
그 땀을 쓱 문지르고 바라보니 나의 무대가 참 멋지다.
미끼를 달아 넣으면 금세 찌가 솟아줄 것만 같은 그런 느낌.
지금 대자연(大自然)의 무대에서 낚시를 하고 있는 나는 이 무대의 주연(主演)이다.
관객이 없은들 어떠랴.
내가 내 마음을 덜어서 저만치 보내놓고 스스로 관객하면 그만인 것을.......
그 뿐이랴. 하늘에는 구름 한 점이 둥실 떠서 내려다보고 있고,
내 무대 주변에는 산천초목이 있어 내 모습을 보아주지 않은가?
이따가는 물속에 사는 내 친구 붕어도 나타나줄 것이고.......
모든 준비를 다 마치고 첫 미끼를 달아 찌를 세워놓고 맑은 공기에 취하려니
갈댓잎 사이로 살랑살랑 불어와 얼굴에 닿는 영하의 겨울바람이 오히려 시원하고,
물에 내려 반사되어 와 닿는 햇살이 따사롭다.
하늘에는 길게 한 줄 하얀 흔적을 남기고 지나간 비행기 자국이 점점 옅어지면서 사그라진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은 저렇게 시차(時差)를 두고 사라지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없으면서도 있는 것 그리고 있으면서도 없는 것.」
바로 진공묘유(眞空妙有) 그 진리(眞理)다.
문득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노래한 윤동주 시인의 序詩가 떠오른다.
오래 전 용정 윤동주기념관 여행 시에 그 앞에 한동안 머무르며 읽고 또 거듭해서 읽었던 시(詩).
그리고 백두산 가는 길에 일송정을 바라보면서 선구자를 노래하다가도
해란강을 다 지날 때까지 뇌리(腦裏)를 떠나지 않고 읊조렸던 시(詩).
현실적 고뇌(苦惱)와 이념적 갈등(葛藤)을 심장에 깊이 새긴 소리 없는 다짐.
참으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었는지.......
흰 옥양목을 다듬잇돌에 올려놓고 방망이로 두드려 보드랍게 하듯이 스스로 새로운 다짐을 해본다.
오늘 대자연 속 낚시터에 하늘을 이고 앉아 있는 나는 「머리가 시키는 일(驕慢, 誘惑)은 한 번 더 생각하고,
가슴이 시키는 일(良心, 사랑)에는 머뭇거리지 말자.」
항상 내가 노니는 이 자연무대는 나의 무대이고, 내가 주연이니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도록 가장 멋진 모습을 보여야한다.
아주 작은 그리고 지극히 단순한 자연사랑.
그것이 하늘이 내려다보는 이 거대한 자연무대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실천이다.
그러니 가슴이 시키는 그 길을 가야한다.
언제 접근했는지 뿔논병아리 한 쌍이 긴 대 찌 앞에서 부리를 맞대고 사랑유희를 하는데,
그 순간에 찌가 올라온다.
그것도 아주 중후한 모습으로.......
그런데 가슴에서 그냥 두고 바라만 보란다.
< 부여 여행 시에 낙화암 고란사에서 담아온 진공묘유 현판 사진 >
< 오래 전에 5짜 대물붕어 기념어탁을 하며 탁제로 쓴 진공묘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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