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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산의 釣行隨想 - 낚이고 싶어 낚이는 붕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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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귀섭 작성일17-06-19 10:44 조회2,66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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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 평산의 釣行隨想(16)

낚이고 싶어 낚이는 붕어는 없다

송귀섭

FTV 제작위원, 釣樂無極 프로그램 진행

(주)아피스 사외이사, 체리피시 자문위원

<붕어낚시 첫걸음> <붕어 대물낚시> <붕어학개론> 저자

잠시 머리를 식힐 겸 짬낚(짬을 내어 하는 낚시)을 위해 낚시터를 돌아보다가 보름째 한곳에서 장박중이라고 자랑(?)하는 나이가 지긋한 낚시인을 만났다.

건축공사를 하듯이 제방 석축과 연결해서 넓은 목재(木材)좌대를 설치해놓고, 그 위에 낚시텐트를 설치하였으며, 의자 앞에는 대형받침틀을 설치하여 12대의 낚싯대를 부챗살처럼 펼쳐놓고 있었다.

그리고 뒤에 세워둔 차 지붕에는 태양광발전판과 접시안테나(스카이라이프)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이는 필시(必是) 장기간 낚시유람을 즐기는 사람이리라 짐작이 되었다.

가까이 접근해서 보니 좌대 앞 물속에는 주둥이를 꽁꽁 묶은 대형 살림망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아마도 조과가 좋았나 보다.’ 생각하는 중에 “큰 놈은 두 마리고 나머지는 다 잔챙이 급입니다.” 하고는 허허 너털웃음을 웃는데, 그 뉘앙스가 마치 거드름을 피운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럼 구경 좀 시켜주시지요.” 하고 부탁을 했다.

그러자 가슴장화를 입더니 물속으로 들어가 살림망을 끌고 나오면서 “자꾸 들어보는 사람이 많아서 손 안 닿는 곳에 두지요.” 하고 묻지도 않은 설명을 했다.

살림망에는 족히 30여 마리는 돼 보이는 붕어가 철퍼덕거리면서 끌려나왔다. 그리고 그중 큰 붕어를 꺼내 들고는 “이놈이랑 또 4짜 한 놈 말고는 다 잔챙이예요.”했다.

그런데 가까이 접근해서 살림망 속을 들여다보니 모두가 월척 급 붕어였다.

‘다 월척 급인데 잔챙이라니...’ 생각하며 잠시 살림망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급히 좌대로 뛰어가더니 또 붕어를 낚아 올렸다.

그러면서 들으라는 듯 “허허 또 잔챙이구만!.” 하고는 그 붕어를 들고 와서 살림망에 넣었다.

그런데 그 붕어도 32~33cm는 되어 보이는 확실한 월척이었다.

앞서 본 살림망의 붕어들도 오래되어서 지느러미가 다 상하고 비늘이 많이 빠졌던데 왜 저리 붕어를 괴롭힐까.......

그런데 노조사가 마치 자랑이라도 하듯이 “갈 때는 다 놓아주고 갑니다.”하는 말이 그 사람에게서 풍기는 낚시의 격(格)을 느낄 수가 있었다.

나는 잠시 짬낚으로 찌를 세워보려고 했으나 마음이 편치 않아서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그날은 낚시를 하지 않고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붕어가 무슨 죄로 살림망에서 저리 시달려야 하는가? 차라리 고통을 적게 하고 맛있는 요리재료가 되면 그 가치나 있지........’

씨알이 큰 붕어든 작은 붕어든 우리가 낚시를 하는데 낚이고 싶어서 낚여주는 붕어는 없다.

또한 붕어는 사람과 같아서 꼭 나이에 비례해서 키가 크는 것이 아니다.

즉 아들이 아버지보다 키가 큰 것이 흔한 것처럼 붕어도 5년차가 10년차보다 훨씬 큰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그 중에서도 월척 급까지 성장한 붕어라면 클 만큼 다 큰 어른 붕어다. 즉 잔챙이가 아니라는 얘기다.

따라서 월척붕어를 보고 잔챙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어른 붕어에게 결례를 범하는 것이며, 8치 급만 되어도 함부로 잔챙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

붕어에게 그러는 것은 스스로 아직 덜 익어 격(格)이 모자란 낚시꾼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마치 애써 가르친 아버지에게 많이 배운 자기보다 무식하다고 무시하는 것처럼...)

우리에게 입질을 해준 붕어는 크든 작든 나와 한 판 놀아주었으니 고마운 붕어라고 생각하면서 잘 어울려 놀아야

진정한 낚시힐링 즉 조락무극(釣樂無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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