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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산의 釣行隨想(23) 마음의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듣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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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귀섭 작성일18-01-01 10:25 조회2,34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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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산의 釣行隨想(23)

마음의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듣는 소리

송귀섭

FTV 제작위원, 釣樂無極 프로그램 진행

(주)아피스 사외이사, 체리피시 자문위원

<붕어낚시 첫걸음> <붕어 대물낚시> <붕어학개론> 저자

300km가 넘는 장거리 출조에서 복귀하여 TV를 보다가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을 보았다.

그것은 소리를 못듣는 사람(聾者)이 가슴(心中)으로 파도소리를 듣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내 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던 옛 경험이 떠올랐다. 바로 낚시하는 맹인(盲人)을 만났던 기억.......

2017년 8월20일.

TV 프로그램 효리네민박에서 두 해 전에 귀 수술을 한 후부터 소리를 못 듣는다는 여인(정담)을 안내하여 바닷가를 찾은 효리와 그 여인의 대화.

“파도소리를 기억하니?” 민박사장인 효리가 철썩이는 파도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그런데 대답을 못하고 이내 어두워지는 정담이의 얼굴. 불과 2년이 지났지만 정담이의 귀는 파도소리를 기억하고 있지 못했다.

잠시 당황했던 효리가 파도소리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정담이에게 그러면 파도소리를 가슴(心中을 의미하는)으로 들어보라고 했다.

“파도소리가 꼭 철썩철썩은 아닌 것 같아. 그러니 파도를 보면서 여러 가지 파도소리를 상상 해봐.”

그리고 잠시 파도를 바라보던 정담이의 얼굴에 행복한 표정이 살포시 피어올랐다.

정말 마음으로 파도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표정으로 보아서 아마도 최고로 아름다운 파도소리를 마음으로 듣는듯 했다. 이 두 사람의 모습은 바닷가의 정취와 부서지는 파도와 어울려서 참으로 멋진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장면에서 떠오르는 옛 추억.(당시에 낚시잡지에 기고했던 경험이다.)

그때는 2003년 5월이었다.

압해도 5호지 물가에는 마치 은하수의 별처럼 많은 찌불이 까만 수면 위를 수놓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는 회원들과 동행출조한 내 찌도 한 자리를 차지했는데, 종종 철퍽철퍽 붕어를 낚는 물소리를 내던 초저녁 시간이 지나고 밤이 깊어가면서는 정적이 흐르는 시간이 길어졌다.

이윽고 자정이 다 된 시간에 몇 자리 건너 어둠속 포인트에서 정적을 깨는 큰 물소리가 들리고 이내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들리는데, ‘안 보이는 놈도 낚아내는데 옆에서는 뭐하냐?’하는 농담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그 이후로도 같은 사람 자리에서 붕어를 낚는 물소리가 종종 들리고 그때마다 같은 농담을 하는데, '이놈들아. 밤에 안보이기는 다 마찬가지여.' 하는 대답소리가 들려왔다.

이후 새벽시간으로 가면서 어쩌다 찾아오는 붕어를 만나면서 시간을 보내고 날이 밝아 밤새 굳어진 몸도 풀 겸 체조하듯이 팔을 흔들면서 낚시터를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 놀라운 광경을 보았다.

밤에 물고기를 낚을 때마다 눈이 안 보이는 사람이라고 불렸던 그 사람은 진짜로 앞을 못 보는 맹인(盲人)이었고, 그 옆에는 보호자가 작은 의자에 의존하여 앉아 있었다.

그 시각장애인은 낚싯대 손잡이를 살포시 잡고 앉아서 낚시를 했다. 그리고 손의 감각으로 입질을 파악하고 챔질을 했다.

바늘에 걸린 붕어의 마지막 처리는 보조하는 사람(부인)이 도와주고...

걸음을 멈추고 한동안을 먼발치로 바라보다 다가가서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부인이 ‘낚시방송을 하는 사람이 왔다.’고 소개를 하니 그 사람은 이내 내 목소리를 알겠다며 마치 얼굴을 마주보듯이 몹시 반가워하면서 악수를 청했다.

“보이지는 않지만 선생님의 방송을 듣고 있으면 낚시모습이 훤하게 느껴집니다. 긴장감도 있고요.”

나는 입질 감을 어떻게 느끼느냐고 물었다. 참 바보 같은 질문이었다.

“이해가 어렵겠지만 낚싯대를 잡은 손에 웬만한 예신 감각도 느낍니다. 그러나 챔질은 끌고 가는 감각에서 합니다. 그래야 확실하거든요. 하지만 선생님 방송에서 입질을 받으면서 ‘더 더 더 ’할 때는 저도 환상적인 찌오름을 마음으로 느낍니다.”

그랬다. 그는 마음의 눈을 뜨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 그 마음의 눈을 닫고 사는데...

그는 직장생활을 하다가 작은 사고이후 서서히 실명을 했다며 실명하기 전부터 낚시를 즐겼었다고 얘기하면서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아내와 동행하는 지금의 낚시가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고 했다. (아내도 이렇게 낚시터에만 나오면 더 밝은 남편의 모습이 좋다고 했다.)

그렇다. 그는 매번 입질 시마다 그가 상상할 수 있는 최상의 입질모습을 마음의 눈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니 가장 행복한 낚시를 즐기는 것이다.

더구나 그 사람이 워낙 활달한 성격이라서 동행한 친구들도 ‘안 보이는 놈이 잘 낚는다.’는 다소 조심스러운 농담도 쉽게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이토록 넓은 가슴으로 인간관계를 하면서 낚시를 즐기는 그는 그 자리에 있는 누구보다도 대자연을 가슴에 품고 사는 행복한 낚시인이었다.

이렇듯 마음으로 듣는 파도소리와 마음으로 보는 찌맛보다 더 아름다운 소리와 짜릿한 맛은 없다.

그들은 수많은 파도 중에서 가장 멋진 파도소리를 상상하고,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멋진 찌올림 모습을 느끼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자연을 품을 수 있는 참한 마음을 가져야한다.

눈에 보이는 것과 귀에 들리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내 마음의 눈과 귀로 보고 듣는 것이 참한 것임을 인지(認知)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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