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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산의 조행수상(38) 정작 내가 좋아하는 맛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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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귀섭 작성일19-11-01 19:15 조회1,99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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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산의 釣行隨想(38) - 아내와의 동행출조에서

                   정작 내가 좋아하는 맛은?

 

평산 송 귀 섭

FTV 제작위원

(주)아피스 홍보이사, 체리피시 자문위원

<붕어낚시 첫걸음> <붕어 대물낚시> <붕어학개론> 저자

현: FTV <釣樂無極> 프로그램 진행, 낚시춘추 <한 뼘 다가가는 붕어낚시> 연재 중

 

우리부부는 한 주에 한두 번 정도는 간단한 먹을거리를 챙겨들고 가까운 물가로 가서 저녁 짬낚(짬을 내어 하는 낚시)을 즐긴다.

물가에 도착하면 아내와 나는 각자 차근차근 낚싯대를 편성한 후에 저녁식사를 하고 나서야 찌불을 밝히고 비로소 미끼를 달아 낚시를 시작한다. 이렇게 밤낚시 위주로 짬낚을 즐기는 것은 아내가 어둠속 수면에 펼쳐진 은은한 찌불 보는 것을 특히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출조 때마다 저녁식사꺼리를 챙기는 것은 주로 아내가 하지만 정작 낚시터에서의 저녁식사 준비는 내가한다. 작은 불판에 약간의 고기와 송이, 양파, 파프리카, 브로콜리 등을 올려 굽고, 준비해간 공기밥과 반찬 한두 가지를 차리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 아내는 야생화 등의 꽃이나 주변풍경 여기저기를 둘러보면서 앙증맞은 작은 풀꽃들을 사진에 담는 등의 자기 시간을 갖는다. 혹 쓰레기가 있으면 주워오기도 하고, 개구리가 폴짝 튀어 오르면 소녀처럼 놀라서 뛰어 오기도 하고.......

 

며칠 전 일이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내와 더불어 낚시터로 가는 길에 아내가 된장을 챙겨왔다며 풋고추를 사가자고 해서 청양고추와 오이고추를 섞어서 샀다. 그리고 낚시터에 가서 저녁식사를 준비하면서 사온 고추 몇 개를 같이 차렸다.

우리는 술잔 대신 풋고추를 들고 맞대면서 ‘찌맛을 ~ 위하여!’ 하고 식사를 시작했다. 잠시 후 아내가 풋고추를 한 입 뚝 베어 물었다. 그러더니 너무 맵다고 하! 후! 호를 연발하며 황급히 물을 들이켰다. 그 모습을 보면서 그 고추는 매운맛 좋아하는 내가 먹을 테니 그냥 놔두라고 했다.

또 한참이 지난 후에는 덜 매운 고추라며 오이고추를 한 입 베어 물더니 너무 안 매워서 심심하고 맛이 없다고 그냥 그릇에 내려놓았다. 이번에도 내가 먹을 테니 그냥 두라고 했다. 그리고 그 매운 고추와 심심한 고추를 된장에 찍어서 내가 다 먹었다.

 

정작 내가 좋아하는 것은 어떤 맛인가?

사실 나는 매운 고추를 더 좋아한다. 풋내 나는 안 매운 고추보다는 살짝 매운 고추가 고추다운 맛을 느낄 수가 있고 입맛에 맞아서이다.

아내에게 내가 먹겠다고 하고 맛있게 먹은 두 가지 고추의 맛. 그것은 맛 이전에 그냥 아내를 배려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아내는 안다. 그래서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면서 눈웃음을 짓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얼굴 전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그러니 정작으로 내가 좋아하는 맛은 이런 아내의 눈웃음과 환한 미소다.

 

부부의 나이를 잊게 하는 것은 부부가 같이 지나온 세월만큼 서로 동화되어 같은 생각으로 어울려 활동하며 사는 것이고, 여자의 나이를 잊게 하는 것은 화장발이 아니라 눈웃음과 밝은 미소다. 그리고 남자가 나이를 먹으면서도 변함없는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내를 배려하는 언행(言行)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부부의 사랑이고 가정의 평화다. 나는 이런 소박한 삶의 맛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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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프탑텐트 사이로 보이는 아내의 낚시모습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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